이슈와 일상

코로나19는 오히려 일본의 우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즈라더 2020. 4. 23. 01:00

 디피에 한국과 일본 전쟁 가능성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읽어보았다. 글은 매우 재미있다. 원래 재미있는 글을 쓰시는 분이다. 그 논리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오버해서 해석한 측면이 여럿 존재한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자민당은 분명히 한국과의 전쟁을 준비했다는 사실이다. 아베 정권처럼 전쟁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일본 정권이 없었고, 2차 한국전쟁에 대한 대비가 정권 수뇌부로부터 흘러나온 정권이 없었다.


 문제는 2차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의 일본군 한국 진출, 혹은 한일전쟁이 일어났을 때 일본 국민이 전쟁을 막을 수 있느냐다. 이 측면에서 보자면 저 극단적인 해석으로 가득한 글에서도 현실성을 찾을 수 있다. 일본 국민은 죽었다 깨어나도 전쟁을 막지 않는다. 틀렸다는 걸 알아도 '그게 뭐 어때서?'가 되거나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우리에게 긍정으로 작용할 방법을 찾아보자'가 주된 주장이 될 것이다.



 근래 일본 만화, 소설 측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우익'과 거리가 먼 만화마저도 다음과 같은 스탠스를 취한다는 점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없었다면 이기기라도 하자."


 대단히 멍청한 소리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막는다'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던 당시 일본의 정치 구조와 지배 이념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기왕 벌어질 거라면 이겨야 한다는 결과론적인 방식으로 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화화에도 성공한 만화 <아르키메데스의 대전>은 이런 설정이다.


 "전쟁은 지옥이다. 그러나 어차피 일어나니까 이기자."


 2차 세계대전 당시로 돌아가는 대체역사물임에도 이따위 스탠스를 취하는 만화인데, 이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에 무려 스다 마사키, 타치 히로시, 하마베 미나미와 같은 배우들이 출연했다. 미안한데 지금 일본이 만들어야 하는 대체 역사물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전쟁은 악몽이다. 정권을 뒤집어서라도 막자."



 <진격의 거인>은 '과거사에 대해서 왜 후손인 우리가 사과해야 하죠?'라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들어가있다. 아예 작품의 설정 자체가 이 메시지를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팬들은 '카야'의 과거 악행이 묘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악행이 없었던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걸 생략하는 시점에서 이미 도망칠 구석이 생겨난다. 생략. 그거보다 훨씬 살벌한 조작은 없는 법이다. 당장에 우리가 역사책에 일제강점기 부분을 '생략'하면, 조선 말엽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나뉘어 전쟁을 벌인 결과 현재에 이르렀다는 식의 날조가 가능하다.


 난 일본이란 나라를 믿지 않는다. 일본인은 기본적으로 신천지와 흡사하다. 스위치가 조금만 잘못 눌려도 자기합리화를 거듭하다가 광신도로 돌변할 수 있다. '의식' 자체가 2천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립되어있는 나라가 저와 같은 성향을 띠면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 우리는 일본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마 아베 신조는 이번 일로 실각하거나 세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타자로 나오는 이는 아베 신조보다 훨씬 더럽고 무서운 인간일 수 있다. 일본의 좌파가 정권을 잡는다고? 글쎄. 지금 자민당은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민주당보다 대응을 못 하고 있다며 크게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일본 국민들이 다시 민진당에게 표를 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더 강력한 권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권력이 이양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気をつけましょう, 日本の右傾化がむしろ加速する可能性があ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