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루레이 본편 정보

2021년에 다시 보는 영화 [신용문객잔]

즈라더 2021. 4. 4. 06:00

 서극은 여러 의미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소오강호 촬영 당시에 있었던 불화로 호금전 본인이 중도하차했지만, 어쨌든 소오강호는 호금전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객잔' 시리즈의 하나로 완성되었고, 서극은 소오강호로 얻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이 호금전의 영향력을 떨쳐버리려는 듯 동방불패를 제작했다. 동방불패의 성공 직후엔 호금전 감독을 엿 먹이려는 의도라도 있었는지 신용문객잔을 만들어서 화제를 모았다. 서극 본인은 호금전을 존경한다느니 뭐라느니 하지만, 적어도 그의 행보에선 존경심 비슷한 걸 찾기가 몹시 어렵다.


 신용문객잔은 정말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양가휘, 임청하, 견자단, 장만옥. 솔직히 실패하기도 쉽지 않은 캐스팅. 게다가 영화 자체도 당시 기준으론 썩 괜찮게 만들었다. 초고수도 기습 앞에선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아주 그로테스크하게 연출한 클라이막스는 신용문객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블루레이로 감상하니, 사체를 토막 내는 장면이 나오는 등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수위를 자랑한다. 시종일관 땀에 흠뻑 젖어있는 장만옥의 요염함도 아슬아슬하다. 꽤나 성인 취향의 영화인 셈이다. (사실, 당시 서극이 제작한 영화들이 대체로 성인 취향이긴 하다.)


 이번에 나온 신용문객잔 블루레이는 화질이 매우 괜찮은 편이지만, 비트레이트가 아주 높음에도 블록노이즈가 빈번하게 드러난다. 출중한 해상력을  블록 노이즈가 뭉개버리는 장면이 꽤 존재하는 이해할 수 없는 영상. 어쨌든 리마스터링을 거친 덕분에 고화질로 보는 클라이막스 사막 대결씬이 기가 막힌다. 다행히도 모래 폭풍 때문에 정보량이 폭증하는 클라이막스의 화질은 블록 노이즈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안정되어있다. 


 신용문객잔 블루레이는 특이하게도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을 광동어를 돌비 디지털로 수록한 반면, 보통화는 DTS-HD:MA로 수록했다. 또한, 광둥어의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를 제작하던 당시의 것을 5.1채널에 분할했을 뿐이지만, 보통화는 믹싱 자체를 다시 했다. 심지어 대사까지 바뀌어있다. 예를 들어 객잔의 옥상에서 일출을 보며 조회안이 읊는 대사가 완전히 다르다. 보통화 트랙에선 "용문객잔은 참 싫지만, 일출은 일품이구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타이틀은 보통화 트랙이 아닌 광둥어를 기준으로 번역되어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적인 대사를 알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보통화 트랙으로 재생할 경우 대사와 자막이 아예 맞지 않는 황당한 상황과 빈번하게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번역이 맞지 않더라도 보통화 트랙으로 재생하는 걸 권한다. 보통은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을 광동어를 권하겠지만, 신용문객잔은 경우가 다르다. 광둥어 트랙은 모노 음향을 채널 분리만 한 수준이라서 음향이 매우 지저분한 반면, 보통화 트랙은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최신 영화처럼 깔끔하다. 단순히 HD 사운드 여부를 넘어서 기본적인 음향의 질에서 차원이 다르다. 


 신용문객잔이 개봉하고 약 20년이 흐른 2011년, 서극은 본인이 직접 감독을 맡아 속편을 내놓았다. 그게 바로 이연걸 주연의 용문비갑이다. 배우가 바뀌었을 뿐, 이야기는 그대로 이어진다. 설정엔 약간의 변화가 있다. 예를 들어 신용문객잔의 조회안은 뛰어난 무공을 지닌 인물 중 하나 정도로 묘사되고 최종 빌런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등 아주 비범한 수준은 아니지만, 용문비갑의 주회안은 상대의 뜻밖의 무기와 강력한 무공에 당황할지언정 곧 상대할 방법을 찾아내 1대 1로 싸워 이겨내는 세계관 최강자로 묘사된다. 어쩌면 양가휘와 이연걸의 이미지에 차이가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연걸이 영화에서 최종 보스의 상대조차 안 된다는 건 상상이 잘 안 가니까.

 

 이하 스크린샷은 신용문객잔 정발판 블루레이 원본 사이즈 캡쳐. 

 

이 영화에서 만큼은 임청하보다 장만옥이 더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