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걸그룹

플레디스와 프리스틴 공백기의 미스테리

몰루이지 2019. 3. 3. 12:00

 프리스틴의 공백기가 500일이나 되었지요. 이제 조금 있으면 2년 채우고 군백기 등극입니다. 팬들은 하루하루 지쳐가고 팬이 아닌 사람들은 희대의 미스테리로 여기는 중. 대체 플레디스는 프리스틴을 왜 방치하고 있는 걸까요?


 '이게 무슨 미스테리냐? 플레디스의 한성수 사장이 제 정신이 아니라 그런 거다'라는 식의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고, '애프터스쿨도 방치한 적이 있으니 똑같은 꼴이 된 거다'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이건 다소 합리적이지 못 한 추측입니다. 애프터스쿨은 데뷔하고 한참 지난 뒤, 계약이 끝나기 직전이거나 도중에 하차한 멤버도 다수 있었던 시점에 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뒤늦게 합류한 이가은 정도가 그룹의 혜택을 못 받고 방치되었죠. 이 경우엔 분명히 한성수가 나빴다는 말이 맞습니다. 이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그룹이 됐다고 판단하고 버려둔 거니까요. 심지어 <프로듀스48>도 이가은 본인이 원해서 나간 거라고 하니 얼마나 냉정한지 알 만합니다. 그러나 프리스틴은 애프터스쿨이 방치되던 시절과 달리 막 시작한 신인 그룹입니다. '앞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그룹'이에요. 2009년에 데뷔해서 2014년까진 중간에 일본 진출도 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한 애프터스쿨과 같은 사례로 볼 수 없습니다. 이 차이는 아주 커요.


 신인 걸그룹 하나 런칭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억 단위입니다. 마마무에 투자된 금액이 20억이고, 행사를 수십 개 돌려서 1년 8개월 만에 손익분기를 넘겼다지요. 중소 기획사의 기적이라는 여자친구도 팬들로부터 너무 혹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아가며 행사 돌린 끝에 간신히 정산을 받을 수 있었죠. 플레디스는 그런 억 단위의 금액을 고스란히 적자로 떠안게 된 꼴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성수 사장이 아무 이유 없이 프리스틴을 활동시키지 않는다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문제이므로 경영 전반에 걸친 심각한 반발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플레디스의 연매출이 269억 밖에 안 돼요. 이것도 세븐틴과 뉴이스트를 갈아넣어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269억은 2017년 기준. 2018년 기준으로 매출이 2배 넘게 뛰어서 500억에 육박합니다. 링크 참조



 플레디스가 프리스틴을 방치하는 게 미스테리인 이유는 또 하나 있습니다. 프리스틴은 '얘네 안 되겠네'하면서 방치해도 될 수준의 신인이 아니었어요. 프리스틴의 데뷔 앨범 총판매량이 4만 장을 넘겼습니다. 이 판매량은 중소 걸그룹 신인의 판매량이 아니라 3대 기획사 신인의 판매량이에요. 데뷔 음반 판매량만 보면 탑티어 걸그룹이라는 트레마블여(트와이스, 레드벨벳, 마마무, 블랙핑크, 여자친구) 안에 끼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노다지'였어요. 잘 키우면 플레디스에서 처음으로 탑티어 걸그룹이 탄생할 수도 있는 기적적인 결과물이었죠. 이런 가능성 충만한 걸그룹을 사장 개인이 그럴싸한 이유도 없이 멋대로 방치할 수 있을까요? 그랬다간 회사 말아먹습니다. 


(2집 판매량이 떨어진 걸 보고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팬싸인회를 대폭 줄이고 쇼케이스도 없이 졸속으로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음악 방송 출연도 대폭 줄였어요. 이미 이때부터 무슨 일이 있어서 푸쉬를 접은 건지 아니면 그냥 회사의 전략 실패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더 황당한 건 한성수 사장의 이후 행보입니다. 자사 걸그룹인 프리스틴을 키울 생각은 안 하고 프로미스나인의 프로듀싱을 맡았지요. 플레디스의 입장에선 그대로 키우기만 해도 대박이 될 가능성이 있는 프리스틴을 키우는 게 편한 길임에도 한성수 사장은 <아이돌학교>라는 흥행여부가 분명치 않은 서바이벌 방송 데뷔조를 직접 두 발로 뛰면서 프로듀싱했습니다. 심지어 플레디스 인력을 차출해서 프로미스나인의 소속사인 오프 더 레코드를 지원하고 있죠. 지금은 프로미스나인의 프로듀싱에 이어 아이즈원의 프로듀싱을 하고 있네요. 이것 역시 두 발로 뛰어서. 대박을 물고 올 프리스틴은 방치하고 CJ의 하청 작업에 본인이 직접 뛰고 있는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사실, 전 한성수 사장이 프로미스나인이나 아이즈원의 프로듀싱을 디테일하게 챙길 줄 몰랐어요. 본인은 적당히 총괄만하고 휘하 프로듀서들이 담당하게 될 줄 알았죠. 그러나 얼마 전 인터뷰를 보니까 안무의 디테일 컨펌, 브이 라이브와 유튜브까지 다 챙겼을 만큼 깊숙히 가담했더라고요. 플레디스에 성공한 그룹이 없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네임밸류가 한참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하청 작업에 직접 나서서 이토록 열중하는 건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이런 행동을 사장 혼자서 멋대로 할 수 있다면, 그건 회사가 아니죠. 이쯤되니 미스테리의 규모가 엄청 커진 느낌이네요.


프리스틴의 유닛인 프리스틴V. 당시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탄력적 다리 라인이 싹 사라지고 깡 말라있던 나영이를 보면서 다이어트를 많이 했구나 싶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마음 고생이 심했구나 하는 궁예 뇌피셜이 막 떠오릅니다.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모모랜드의 연우가 아직 정산을 받지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뿜뿜>의 초대박 행진과 <BAAM>의 히트로 음원 차트를 석권한 모모랜드가, CF도 찍고 행사 수십개를 돌면서 멤버들을 갈아넣었음에도 아직 정산을 못 받았다는 얘기에 많이 놀랐지요. 모모랜드가 이런데 프리스틴은 말할 것도 없겠죠. 플레디스의 연매출을 고려할 때 프리스틴에 투자된 금액을 회수하지 못 한 건 상상 이상의 타격일 겁니다.


 역시 미스테리. 관계자들에겐 그렇지 않겠지만, 대중에게 플레디스의 프리스틴 방치는 현시점에서 연예계 최대의 미스테리가 될 것 같군요.



뱀다리) 개인적으론 그냥 한성수 사장이 정줄 놓고 막 나가는 중이라 믿고 싶습니다. 정황이고 뭐고 다 때려친 뒤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몰빵하는 게 정신건강엔 좋을 테니까요.


뱀다리) 걸그룹의 수익은 공연(콘서트, 행사 등) > 음반 판매량입니다. 


뱀다리) 갑자기 정보가 싹 사라진 기린즈도 그렇고 플레디스 소속 그룹의 팬은 언제 방치당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해야 하는 운명인 걸까요?